"테슬라 이끄는 건 머스크가 아냐"…34세에 깜짝 발탁, 누구?

입력 2023-05-13 10:00   수정 2023-05-13 19:13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잭(Zach)이 될 겁니다"

2019년 테슬라의 분기별 애널리스트 통화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갑자기 꺼낸 말에 애널리스트들은 당황했다.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머스크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500억달러였던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지금 10배가 넘는 5450억달러로 뛰었다. 머스크의 번뜩이는 영감도 이 CFO의 안정적인 재무 운용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회사 내부의 평가다. 머스크가 성만 말했던 이 CFO의 이름은 커크혼(Kirkhorn·38)이다.
"테슬라를 이끄는 건 머스크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테슬라를 이끄는 경영자는 엘론 머스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커크혼을 집중 조명했다.

WSJ은 커크혼과 테슬라의 관계를 현재 애플의 CEO인 팀 쿡과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의 관계에 빗댔다. 머스크가 기존 판도를 뒤집는 과감한 도박으로 자동차 업계에 혁신을 일으켰다면, 커크혼은 세밀한 운영으로 이를 뒷받침했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무대 위의 슈퍼스타라면 커크혼은 무대 아래 기획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전직 테슬라 직원들은 커크혼의 성공 비결로 동료애가 넘치는 경영과 머스크와의 소통 능력 두 가지를 꼽았다. 특히 후자는 다른 경영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다. 커트 켈티 전 테슬라 배터리 담당 수석이사는 "커크혼은 머스크에게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오는 인물이 아니다"고 했다.

머스크와 커크혼은 10년 간격을 두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공부한 동문이다. 머스크는 물리학과 경제학을, 커크혼은 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해 학문적 기반도 비슷하다. 커크혼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딴 경영학 석사 학위는 향후 CFO 업무에서 빛을 발했다. 졸업 후에는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앤코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커크혼은 2018년 테슬라 재무 임원의 잇따른 퇴사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고회계책임자였던 데이브 모턴이 부임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9월 사임했고, 글로벌 재무담당 부사장인 저스틴 맥아니어가 10월에 퇴사했다. 커크혼의 전임자였던 제이슨 휠러 전 CFO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2015년 CFO 자리에서 물러난 디팍 아후자가 잠시 복귀했지만, 그 역시 몇달 뒤 은퇴할 계획이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테슬라의 안살림을 맡게 된 커크혼의 나이는 불과 34살이었다. 커크혼의 임명 소식이 발표된 날, 그의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보여주듯 테슬라 주가는 5.9% 빠졌다.
34살 깜짝 발탁 배경엔 '파나소닉 배터리 협상'
커크혼의 깜짝 발탁의 배경에는 그에 대한 머스크의 신뢰가 있었다. 커크혼은 2010년 테슬라에 입사한 뒤 크고 작은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켈티 전 이사에 따르면 커크혼은 테슬라가 2014년 모델3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준비할 당시 파나소닉(현 파나소닉 홀딩스)와 배터리 공장을 공동운영하기 위한 협상 팀의 일원이었다. 파나소닉 배터리 셀 지불 가격이 협상의 관건이었다. 켈티 전 이사와 커크혼은 수 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가격을 조율했고 결국 미국 네바다주에 합동 공장을 건립하는 데 성공했다. JB 스트라우벨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EO)는 "커크혼은 점진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백, 수천 시간을 투자해 가장 큰 족적을 남겼고, 또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커크혼의 재무 분석은 테슬라의 중요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테슬라는 지난 수년 간 특정 부품을 공급업체로부터 조달할지, 혹은 자체 생산할지 논의해왔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추출·정제 사업을 시작할지가 관건이었다. 머스크는 결국 리튬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고 그 뒤에는 커크혼의 분석이 있었다.

커크혼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에측 불가능한 사장인 머스크와 직원 사이를 조정하는 일이었다. 테슬라 직원들에 따르면 머스크가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치를 제시하면, 이를 잘게 쪼개 실행에 옮기는 게 커크혼의 역할이었다. 직원을 예고 없이 해고하는 머스크과 이에 불만을 갖는 직원들을 중재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고 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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